덥다.
태어나서 겪어 본 여름 중 가장 덥다.
더운데,
폭염 아래 발 닿는 대로 얘기하다 보면 흐르는 시간들,
물로 산으로 날 이끌어가는 우정들,
걷고 얘기할 밖에 도리없는 시간들.
덥다.
죽어가며, 녹아 바스라진 몸으로 엉겨붙어 태어난다.
대기 속에서 우는 것들이 곧 듣는 것들임을 알아차린다.
빗소리를 귀로 따르다 거세어지면 창문을 닫았다.
사방에서 들리는 개구리 소리가 바짝 다가와 어디인지 오히려 알기 어려웠다.
동생은 빗소리가 들리면 아주 잘 잔다고 했다.
빗소리에 섞인 개구리 소리를 유심히 들었다.
입을 벌리는 소리다. 입을 벌리는 몸속의 혓바닥,
진득한 습기를 받아들이는 피부, 헐떡이는 무리.
저 소리의 뭉치에서 단 한 마리의 소리를 분간할 수가 있나?
저들끼리는 서로를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들을 수가 있나?
벌레, 새, 매미의 소리를 관찰하다 빗방울이 서로를 듣는다고도 생각한다.
한 손바닥에서 다음 손바닥으로 옮겨지던 개구리가 있었다.
라임과 연보라색으로 칠해진 실습실이었다.
꿈에 그토록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난다.
골목길을 꽉 채우며 만개한 겹벚꽃, 이루 말할 수 없이 파란 바다, 오르막길 끝을 화려하게 물들인 노을, 오래된 도심에 도열한 수목, 정교한 것이 든 건축물. 내가 살았을 먼 마을 집에서 내다보는, 눈 녹은 물이 검은 돌 위로 흐르는 풍경.
그 풍경들 속에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 감정이 과거인지 미래인지 모른다. 기대인지 애도인지 정하지 않는다. 오래된 인물들과 낯선 인물들이 하나의 현실로 서 있는 가운데, 한 사람이 없다.
바다에서 태어난 것 같다던 사람은 올 여름 바다에 가지 않고
개미가 꼬여 말라버린 매실 나무를 벤다.
꿈에서 먹은 단감의 맛이 떫은지 모른다. 그저 덜 익었네, 하며 동생의 얼굴을 살핀다. 어린 나의 고양이가 정답게 다가온다. 하얀 마대자루에 담긴 여름 채소와 달리 단감은 계절에 맞지 않는다. 지나치다 싶게 큰 단감들이 거대한 터널 앞 흐지부지되듯 끝나는 시장 뒤편 구석, 녹색 크레이트 상자에 담겨 바닥에 놓였다.
어둡고 더운 공기를 헤집다 보면 서늘한 바람이 한 줄기씩 들었다. 끝날 것 같지 않은 여름이다. 입추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