팔당 물가에 서 있다. 물가에 서 있던 이에게 말을 건다.
-왜 여기에 있어요? 무엇을 보고 있어요?
-강을 보고 있어요
-강에 무엇이 있어요?
-강이 반짝이고 있어요. 강이 깊어요
-강 아래 뱀이 있어요 뱀들이 강으로 들어가요 뱀이 아주 많아요
나는 뱀이 물속에 득시글거리고 있는 것을 본다. 강가가 뱀으로 가득 찬다. 우리는 뱀들의 한가운데에 있다.
-당신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뱀을 보지 못했어요.
-뱀은 죽은 자들에게만 보여요.
-그럼 우리가 죽었다는 말이에요?
-우리는 살아있지만 살지 못했어요.
-왜요
-뱀이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.
그는 옷을 벗으며 물속으로 들어간다.
-우리가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나요?
-그건 물속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어요.
나는 물 밖에서 물속에 들어간 그의 모습을 본다. 그의 몸이 물에 잠겨 정수리의 검은 동그라미가 보인다. 그는 수직으로 물속에 서 있다. 뱀들이 그에게 다가와 그의 몸을 중심으로 소용돌이를 만든다.
-당신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건가요?
-그렇지 않아요.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건 당신이에요.
-전 이렇게 물 밖에 있는데요.
-당신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소용돌이가 일어나요.
주위가 어두워진다. 그럼에도 밝다. 강가의 나무들이 물속으로 기어들어 가듯이 휘어진다. 모든 것은 조용하고 축축하다. 길 끝에서 다른 사람이 다가온다.
-저기 사람이 다가오고 있어요.
분명 다가오고 있지만 가까워지지 않는다. 정지해 있지 않음에도 가까워지지 않는다.
-저 사람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걸까요?
나는 뱀과 소용돌이와 정수리를 내버려두고 가까워지지 않는 그 사람에게 다가간다. 가까이서 본 그 사람은 크기가 작다. 그는 엄지손가락만 하다.
-당신이 이렇게 작은데 어떻게 저기서도 당신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을까요? 저는 눈이 나쁜데요.
-당신은 눈이 나쁜 게 아니라 생각이 많은 겁니다. 제가 당신의 생각을 잠깐 멈추게 했어요. 제가 걷기 시작하면 주변의 생각들이 멈춥니다.
-그렇다면 당신은 저 강물의 소용돌이도 멈출 수 있어요?
-저것은 강물이 아니라 뱀의 소용돌이입니다. 저 뱀들은 당신의 생각을 떠나 실체를 갖췄습니다.
-제가 저렇게 많은 뱀을 쏟아낼 만큼 생각한 건가요?
-생각은 물속으로 기어들어 가기로 한 나무들이 했습니다. 당신은 나무들이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겨울을 가져왔습니다.
-제가 여기에 왔을 땐 이미 겨울이었어요.
-이곳은 한 번도 겨울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. 당신이 오기 전까지
-그럼 물속에 들어간 저 사람은 왜 뱀들과 함께 수영하지 않는 걸까요?
-그는 땅에서 발을 뗄 수 없기 때문입니다. 그의 발은 언제나 땅에 닿아있어야 합니다. 그가 발로 땅을 누르고 있어야 강물이 넘치지 않습니다.
물속으로 들어간 나뭇가지가 그 사람의 발목을 휘감아 뭍으로 잡아당긴다. 그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고 물이 넘치기 시작한다. 물은 이쪽으로 오고 있다.
-이제 곧 우리도 물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.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 만들어낸 뱀들과 조우하게 됩니다.
-뱀들이 너무 많아서 아무런 의미도 지니고 있지 않아요.
-뱀들은 의미를 지닐 필요가 없습니다. 뱀들은 그래서 물속에서 삽니다.
-그렇다면 강물에 의미가 없다는 뜻인가요? 뱀들이 소용돌이치며 강물의 의미를 없애고 있나요?
-그렇습니다. 강물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고 흐르지도 않습니다. 강물은 그저 가득 차 있습니다.
-그건 호수가 아닌가요? 당신은 나에게 아무 의미 없는 말만 하고 있네요. 당신은 엄지손가락만 해요.
내가 이 말을 하자 그의 크기가 커진다. 그는 나보다 조금 작다.
어느새 그는 사라지고 없다. 나는 물가를 등지고 걷는다. 날이 몹시 흐리다. 주위는 온통 회색이다. 흰색, 약간의 하늘색. 낮인지 밤인지 하루 중 어느 때인지 알기 어렵다. 불 켜진 집이 한 채 있다. 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집 가까이로 간다. 한 사람이 집 앞을 쓸고 있는데, 거의 그림자처럼 보인다. 그는 확실히 모자를 쓰고 있다. 그의 빗자루는 몹시 길고 두껍다. 그는 자기 몸집보다 큰 빗자루로 집 앞을 쓸고 있다. 그가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. 그리고 시야에 닿지 않는 서쪽 어느 곳에서 빗자루 쓰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돌아온다.
-당신들은 비질하고 있나요? 눈도 오지 않았고, 낙엽도 지지 않았는데요.
-우리는 비질의 리듬으로 존재합니다. 우리가 비질을 멈추면 우리는 사라집니다. 우리의 비질 소리는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의 소리가 멈추면 모두 엉망이 됩니다.
-당신들의 비질 소리가 저 산을 그물로 둘러싸고 있나요
-우리는 바닥을 쓸어낸 티끌로 산을 쌓고 있습니다. 우리는 비질하는-산을 쌓는 사람들인데 서로를 본 적은 없습니다. 우리는 자리를 비울 수 없고 비질을 멈출 수도 없습니다.
-그럼, 제가 저 소리 나는 다른 쪽으로 가서 당신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면 어떨까요?
그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어붙는다. 비질하는 소리가 일제히 멈춘다.
비도, 그림자도 없다.
최초의 비질하는 사람이 남아 있지 않을까?
우리는 모두 동시에 생겨나 동시에 사라졌습니다
머릿속에서 비질하는 사람이 답한다.
우리 비질하는-산을 쌓는 사람들은 당신 머릿속에 있습니다.
그래서 내 머릿속에서 비질하는 소리가 들렸군요 주위가 아주 조용할 때일수록
산은 얼마나 쌓아졌나요? 내 머릿속이 산을 충분히 쌓을 만큼 높은가요?
이곳의 하늘이 낮아지고 있습니다. 사실 하늘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.
그런데 어떻게 낮아질 수가 있을까요?
어떻게 낮아지는지는 모릅니다. 그러나 산의 긴장을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. 더불어 우리의 비질 속도도 느려집니다. 빗자루가 점점 무거워지니까요.
그건 산이 무거워져서일지도 모르겠네요. 산을 더 이상 쌓을 수 없게 되면 당신들의 비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? 당신들은 산을 쌓기 위해 비질하고 있는 건가요, 비질하기 위해 산을 쌓는 건가요?
생각의 하늘이 멀어지면 우리는 계속 비질할 수 있습니다.
당신들은 정말 계속 비질하기를 원하나요?
그것은 잘못된 질문입니다. 우리는 비질 그 자체입니다. 비질 소리를 멈추게 하려면 생각을 멈추십시오. 그러면 우리는 듣는 이 없는 고요 속에서 비질을 계속합니다.
그럼 내가 모르는 새에 내 생각 속의 티끌이 전부 산이라는 것으로 끌려 들어가잖아요. 나는 그 티끌로 새를 먹일 수도 있을 텐데.
티끌은 우리가 비질하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습니다.
새가 산을 먹어 치운다면 계속 비질할 수 있지 않을까요?
그렇다면 새를 불러야 합니다.
새는 내 생각 속에 있을까, 바깥에 있을까? 생각 바깥에서 생각 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새가 있을까요?
당신 생각의 하늘을 열어주면 달에 한번 산을 먹어 치우는 새가 날아올 수 있습니다.
새가 산만큼 클 수가 있을까?
새가 너무 배부르지 않을까요?